말씀/묵상

『기도의 자리』 출간 앞두고, 시인 나태주 선생님 기다리는 시간

책을 마무리하는 일은 단순히 원고를 끝내는 작업이 아니라, 결국 마음을 내려놓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이번에야 알게 되었다.

탈고와 교정을 마쳤고, 표지와 인쇄 일정도 모두 확정됐다. 출판사 입장에서 보면 이미 ‘완성된 책’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 마음만은 아직 책에서 떠나지 못한 채 원고를 몇 번이고 다시 펼쳐 읽으며 문장과 쉼표를 고치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완성의 기쁨보다 ‘조금만 더’라는 아쉬움이 남았기 때문이다.

어제 새벽기도가 끝난 뒤에도 나는 곧장 돌아가지 못하고 빈 예배당 의자에 홀로 앉아 있었다. 기도의 숨결이 공기처럼 남아 있었다. 말 대신 마음으로 스스로에게 묻고 있었다.

‘이 책이 정말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까. 혹시 내 말이 너무 많지는 않았을까.’

그때 문득 한 사람이 떠올랐다.
시인 나태주 선생님이었다.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었다. 다만 이 책 첫 장을 그분의 문장으로 열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마음에 자리 잡았다. 기도가 시를 닮았기 때문일 것이다. 길지 않아도 깊이 남고, 많은 설명 없이도 사람의 영혼을 붙드는 힘 말이다.

사실 2023년 4월, 은혜제일교회 북콘서트에 선생님을 모셨다.

강연을 시작하시자마자 선생님은 뜻밖의 이야기로 말문을 여셨다.

“보통은 강연이 끝나고 며칠 지나서 주기도 하고, 어떤 곳은 한 달쯤 뒤에 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은혜제일교회는 어제 벌써 강사료가 통장에 들어왔더군요. 이미 입금됐으니 오늘 강의 안 하고 그냥 가도 되는 거 아닙니까?”

순간 예배당에 웃음이 터졌다. 소탈한 농담 한 마디에 분위기가 단번에 풀렸다. 시인이기 전에 사람 냄새 나는 어른이라는 인상이 먼저 다가왔다.

그날 선생님은 시를 이야기하다 삶을 이야기했고, 삶을 말하다 어느새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계셨다.

“나는 작은 과일 하나에도 감동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햇빛과 물과 공기, 수많은 도움 덕분에 과일 하나가 존재한다는 그 고백은 시라기보다 삶의 태도처럼 들렸다. 그 진심 앞에서 많은 성도들이 말없이 눈물을 훔쳤다.

그리고 강연 도중 더 잊히지 않는 장면이 있었다.

선생님은 조용히 지갑을 여시더니 “헌금봉투 하나 주시겠습니까” 하고 말씀하셨다. 그리고는 “이게 제가 가진 현금 전부입니다” 하시며 봉투를 내미셨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그 금액은 우리가 드린 강사료보다 오히려 더 많았다.

봉투 위에는 짧은 글이 적혀 있었다.

“작은 것이 큰 것임을 늘 깨닫게 하소서. 나태주”

그 한 줄은 어떤 강의보다 오래 남았다. 그 순간 나는 알았다. 이 분은 시를 쓰는 사람이 아니라 삶으로 시를 살아내는 사람이구나. 그래서 그날 만남은 강연이 아니라 은혜였고, 행사가 아니라 선물 같은 시간으로 기억되었다.

그 기억이 있었기에, 이번 출간을 준비하며 다시 용기를 냈다. 혹시 기억하지 못하실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그때 기사와 사진을 보내드리고 조심스레 추천사를 부탁드렸다.

몇 시간 뒤 걸려온 전화 한 통. “목사님 원고 보내주세요. 읽어보고 써드릴게요.”

어렵지도 형식적이지도 않은, 오래 알고 지낸 선생님 같은 대답이었다. 전화를 끊고 나서야 깨달았다. 추천사를 받는다는 사실보다 하나님께서 ‘괜찮다, 잘 가고 있다’고 등을 두드려 주시는 느낌이 더 컸다는 것을.

돌이켜 보면 이 모든 과정은 기도와 닮아 있다. 기도는 늘 즉시 응답되지 않지만, 어느 날 사람과 관계를 통해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돌아온다. 이번 만남 역시 내가 만든 계획이 아니라 기도 끝에 주어진 선물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지금 기다리고 있다. 출간 날짜보다, 인쇄 일정보다, 선생님의 한 줄 문장이 더 설렌다. 어떤 말이 적혀 있을지 모르지만 분명 이 책보다 더 따뜻하고 더 맑을 것이다. 시처럼, 그리고 기도처럼.

『기도의 자리』는 기도를 더 열심히 하라고 말하는 책이 아니다. 대신 하나님 앞에 어디에 앉아 있는지를 묻는다. 기술이 아니라 태도를, 방법이 아니라 자리를 이야기한다. 그래서 설명서보다는 영성 에세이에 가깝고, 설교집보다는 조용한 묵상록에 가깝다.

어쩌면 이 책은 처음부터 시 한 편이 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금, 시인의 추천사를 기다리는 이 시간이 잘 어울린다. 책도 사람도 신앙도 결국 기다림 속에서 깊어지기 때문이다.

곧 출간된다. 누군가 이 책을 펼쳐 들고 하나님 앞에 다시 앉게 될 것이다. 그 자리에 한 시인의 문장이 먼저 놓인다면, 나는 그것으로 충분하다.

오늘도 나는 그 문장을 기다리며 다시 기도의 자리에 앉는다.

최원호 박사(Ph.D)

심리학자·칼럼니스트
서울 중랑구 은혜제일교회
예수교장로회 국제연합총회 UPCA

심리학 박사로 서울 한영신대와 고려대에서 겸임교수로 활동했습니다. , , 등 베스트셀러 저자로 서울 중랑구 은혜제일교회에서 사역하고 있습니다.

‘최원호 박사의 이중창’ 칼럼은 신앙과 심리학의 결합된 통찰력을 통해 사회, 심리, 그리고 신앙의 복잡한 문제의 해결을 추구합니다. 새로운 통찰력과 지혜로 독자 여러분들의 삶과 신앙에 깊은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 출처: 크리스천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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